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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체 만드는 방법

지모프 2022. 4. 1. 15:40

[NIE- 신문으로 크는 신앙] 누룩 없는 빵이 예수님의 몸으로 변하기까지
2015.06.07발행 [1317호]
 
미사 중에 빵과 포도주는 정말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하는 걸까요. 약 1200년 전, 이탈리아 중동부 란치아노 지역의 한 신부님도 이런 의심을 마음에 품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신부님은 미사 중에 축성한 빵과 포도주가 실제 살과 피로 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날 살과 피로 변한 성체와 성혈이 지금까지 란치아노 성지에 보존돼 있답니다.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때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듯(마태 26,26), 미사 중에 축성된 빵과 포도주는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해요. 그리고 우리는 그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성체성사’를 통해 주님과 일치를 이루게 되죠.

예수님께서 세우신 성체성사와 그 신비를 기념하는 날이 바로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에요. 미사 중에 축성된 희고 얇은 동그란 빵이 바로 ‘성체’랍니다. 하지만 축성되기 전에는 성체가 아니에요. 축성되기 전의 빵은 ‘제병’이라 불러요.

그럼 제병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또 언제 예수님의 몸으로 변할까요.

Q.누룩 없는 빵, 어떻게 만드나요?
안녕. 난 제병이야. 난 원래 밀가루와 물이 섞인 반죽이었어. 차고 건조한 방에 보관한 밀가루에 깨끗한 생수를 부어서 섞어. 이때 반죽을 만드는 밀가루는 가장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것이어야 해. 나중에 예수님의 몸인 ‘성체’가 될 거룩한 빵이기 때문이지.
제병 반죽을 만들 때는 일반 빵을 만들 때와는 다른 점이 하나 있어. 나 같은 제병을 만들 때는 반죽을 발효시키는 누룩을 넣지 않아.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 때 제자들에게 떼어 나눠주신 빵도 누룩을 섞지 않고 만든 것이었지. 그래서 누룩 없는 빵은 예수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는 것을 상징해.

반죽이 골고루 잘 섞이면 이제 제병기에 들어갈 차례야. 제병기 안은 아주 뜨거워! 그 안에서 1분간 잘 구워지면 적당한 습기를 맞춰 알맞은 크기로 제병을 잘라줘.

제병은 용도에 따라 크기가 달라. 일반적으로 신자들을 위한 제병은 크기가 작아 소제병이라고 하고, 사제용은 대제병이라고 해. 이것 말고도 교구 행사나 시복식, 시성식 등 규모가 큰 미사 때 쓰는 사람 얼굴만 한 특대제병도 있어.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에 오셔서 순교자 124위 시복 미사를 집전하실 때 사용하셨던 것도 특대제병이었지.

성체를 받아 모실 때 그림이나 글귀가 적혀진 것을 본 적 있어? 성체를 상징하는 글귀나 십자가 등 각종 문양도 반죽을 제병기에 넣어 구울 때 새겨져. 요즘엔 이렇게 기계가 자동으로 척척 제병을 구워. 그런데 옛날에는 밀을 직접 빻아 반죽을 만들었대. 그리고는 숯불(1940년대)이나 연탄불(1960년대)에 구워 일일이 칼로 잘라 제병을 만들었대. 기술이 없던 때라 노력과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갔을 거야.

Q. 예비 예수님의 몸, 어디서 오나요.
▲ 복자 안젤리코(1387~1455) 최후의 만찬
옛날엔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많은 제병을 한 번에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았어. 그래서 본당마다 필요한 만큼 제병을 직접 만들어 준비했지. 하지만 요즘엔 직접 제병을 만드는 본당은 많지 않아.

그럼 난 어디서 왔느냐고? 요즘은 가르멜 수녀원을 비롯한 관상 수녀원과 몇몇 활동 수녀회에서 제병을 만들어. 수도자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제병을 구워내고 있는 거지.

수도자들은 만든 제병 중에서도 튼튼하고 좋은 것만 골라 포장해. 물론 모양이 비뚤어지거나 일부분이 깨진 것도 있어. 재밌는 건 말이야. 수도자들이 이렇게 남는 조각들을 모아 설탕 등과 섞어 과자를 만들어 팔기도 해. 버려지는 제병은 없다는 거지!

수도자들은 잘 만들어진 제병만 포장해 전국 본당으로 보내. 제병에는 밀가루와 물 외에 일체 어떠한 방부제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본당은 제병이 상할 것을 우려해서 한 두 달 치 정도만 주문해.

우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누룩 없는 빵에 불과해. 미사 때 제대에 올라 성찬 전례 중에 사제에게 축성을 받고서야 비로소 예수님의 몸이 되는 거야. 신자들 영혼에 즐거움과 활력을 주고,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게 하는 성체가 될 생각에 마음이 설레! 앞으로 성체를 모실 때마다 예수님의 마음과 사랑을 느낄 수 있길 바라. 그럼 성체로 만날 그 날까지 잘 지내.

 
백슬기 기자
jda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