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땅콩저장고

[스크랩] 남자의 일생

지모프 2014. 2. 9. 23:13

 

 

대부분의 곤충은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세다. 사마귀도 예외는 아닌데, 짝짓기 철이 되면 아주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바로 암컷이 수컷을 잡아 먹는 행위인데, 수컷 사마귀는 암컷의 몸에 자신의 정액을 남기기 위해 일생일대의 거사를 치러야 한다.

암컷 사마귀는 수컷이 수정을 끝낸 직후(또는 수정 하는 동안) 수컷의 몸을 뜯어 먹는다.

인간의 시각으로 보면 끔찍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것이 자연의 질서이다.

자신의 남편을 잡아 먹는 행위는 남편에게는 재앙이지만 사마귀 후손들에게는 큰 이득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남편을 먹은 암컷은 보다 양분이 많은 알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연에서 알들에 엄청난 이점을 제공할 것이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수정을 하는 동안 암컷이 수컷의 대가리를  뜯어 먹는 건데, 이런 행위는 오히려 수컷에게나 암컷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한다.

암컷이 수컷의 대가리를 먹어 치운 결과 수컷의 뇌에 있는 신경계통이 날아가 버리면 수컷은 잠시 동안 마취 상태에 있게 되고, 

이렇게 되면 수컷은 자신이 암컷에게 자칫 잡아먹히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이 결과 수컷은 수정 행위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머리가 날아간 수컷의 생식기는 여전히 살아 있어, 수정이 계속 진행된다는 것이다.

수컷은 자신이 교미를 시도하면 곧 죽게된다는 걸 본능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죽음의 위협마저도 종족번식이라는 더 강렬한 본능은 막지 못 한다. 수컷은 자신이 뻔히 뜯어 먹힐 것을 알지만, 자신의 무덤으로 찾아간다.

그런 수컷의 유전자를 품은 후손들도 역시 똑같은 행동을 영원히 반복 할 것이다.

 

 

나는 이런 자연의 섭리를 보면서 인간 생활의 모습도 비슷하지 않을까 유추해 본다.

인간 수컷이라고 해서 별 다를 게 없다는 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연계의 모든 수컷들은 종족번식을 위한 극도의 고난을 감내해야 한다.

유아기부터 성인기까지 몇십년을 공부에 전념에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차, 좋은 집이라는 모든 상투적인 수단들을 얻기 위한 노력은 바로 자신의 종족을 후세에 남기려는 본능의 발로이다. 인간 수컷은 비록 자신의 머리통이 날아가는 위험은 감수하지 않겠지만 보다 고차원적인 수단들에 의해 자신의 노력을 들인다. 인간에게 있어서 모든 행위를 지배하는 본능은 생존본능과 종족번식 본능이다. 생존본능이란 자신의 안위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그 안에는 역시 종족번식 본능도 함께 들어 있다. 본질적으로 사마귀 수컷이나 인간 수컷 모두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종족번식이라는 거대한 진화적 사이클 속에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남자의 일생이란 서글픔 같지만 이것이 자연의 질서이다. 자연은 유기체의 기분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그 유기체가 종족번식이라는 임무에 적합한지 아닌지에만 관심이 있다. 

 

 

이런 자연의 질서를 일찌감치 눈치채고 이런 사이클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나는 진정한 인간 승리자라고 부른다.

그들은 바로 수행자들이다. 이들은 수십만년 동안 인류를 지배해 왔던 그 절대 본능에서 탈피한 자들이다. 이들이야말로 인간 승리자가 아니고 무엇이랴. 자연이 아무리 종족번식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위협할지라도 이들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이들의 정신은 강건하고 청결하며 고결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제껏 인류의 정신과 행동 위에 군림해 온 그 주인에게 당당히 반기를 들고 그것보다 더 수승한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본능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진정한 대자유의 길을 걸어 간다.

우리의 인생, 온 인류 역사의 파노라마를 볼 것 같으면, 자신의 머리통이 날아갈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무덤 안으로 찾아가는 사마귀처럼 인간도 자신의 무덤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 간다.

오직 깨어 있는 자들만이 그 길로부터 발길을 돌릴 것이다.

 

출처 : 평온의 잠터
글쓴이 : 이벌루션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