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인생에서 중요한 것들
40대
| 05.09.14 13:15전 20-30대 전반 까지도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내가 가진 능력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개발해서 사회를 위해 남김없이
쓸 수 있는가 였습니다.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 크게 성공은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했다고 생각하구요.
30대 중반 부터는 나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20대에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다지 절실하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나이가 많아졌다보니 상대의 조건에
대하여는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열심히 선보고 소개받고 했습니다.
30대 후반이 되니까 아이 딸린 홀아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사귀려고 노력했지요.
이 때의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대단한 열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것을 보면 함께 보고 싶고 나쁜일이 있으면 위로받고 싶은 그런 정도의 사람과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사랑없이 적당히 조건 맞춰서 결혼하는 것은 나 자신과 상대를 속이는
일이고 또한 신의 섭리에도 위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본능적으로 사랑을
느껴서 결혼하고 또 그런 사이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사람은 동물과 달라서 서로 비슷한 환경과 가치관까지 따져봐야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몸이 닿는 일이 싫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사랑을 찾아 헤매었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기껏 사랑하게 된 사람 오직 한 사람은
유부남이었습니다. 정말 내 모든 것을 다줘도 아깝지 않게 사랑했습니다. 그 사람도
자기 아내와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면서 저에게 오겠다고 했고, 정말 결혼할 뻔도
했습니다만 죄책감때문에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그래서 죽음을 각오하고 잊기로 했습니다.
이제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니 또다시 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뀌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도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 보다는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면서 거치는
과정 - 출생-성장-짝짓기-후손을 남기는 일- 죽음, 나도 그 과정을 겪자 하는 것입니다.
일도, 사랑도 다 부질없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나도 사랑없는 결혼이라도 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이제는 나이 때문에 아이를
갖기도 어렵고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기는 어렵게 되었더군요. 60세 정도의 할아버지들만
가끔 나타나고. 이제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사회를 위해 나를 쓰는것, 사랑, 모든 생명체의
기본인 후손을 남기는 일...내가 생각했던 그것들은 지금 생각해도 모두 옳은 것들이었는데
제가 너무 철이 늦게 든 탓인가봐요. 모두 때가 지난 후에 깨달았던가봐요.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난하고 병든 불쌍한 홀아비에게 시집가서 한 집안을 살려줄까요?
자선기관에 들어가서 평생을 봉사하면서 제 여생을 보내야 할까요?
장기 기증을 하고 자살을 해야 할까요?
아직도 제가 자신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한자락의 희망을 붙잡고 있나봅니다.
아무것도 결정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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